DPChallenge의 사진 후처리(후보정) 기준

개인적으로 흔히 후보정이라고 말하는 사진 후처리의 윤리적 기준은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에 DPChallenge라는 사진 경쟁 사이트의 편집 기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사진을 취미로 삼으면서 사진 후처리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의 기계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겼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후처리는 필름에서의 후처리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사진과 미술의 경계가 애매해 진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사진이 현실성을 잃고  후보정에 의해 사람의 머리속에 있는 허상에 맞춰진 이미지로 변형 되버리면 사진이 미술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생각에서 입니다. 사진은 사진가가 목격한 사실을 사람과 다른 관점과 메카니즘으로 포착해서 전해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최근 네셔널지오그라픽의 책들을 읽으면서 전문 사진가들이 아주 폭 넓게 디지털 후처리를 활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포샵질인거죠. 지금까지 저는 그 사람들이 아주 특별해서 그런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여행을 다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진의 후처리의 윤리적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러던 중 이 내용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 여행의 좋은 시작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가 "사진을 소재로 사용한 미술"이 "사진" 보다 하급이라고 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을 소재로한 미술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 자신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전 여러 동호회에서 이렇게 잘 찍은 사진으로 좋은 디지털 미술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진을 미술의 소재로 사용한 미술 작품이지 사진은 아니죠. 적어도 제가 아는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말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그 전통적인 사진의 의미기 유효한지도 검토해볼 문제입니다.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서 자기가 마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것 처럼 속이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진을 더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표현을 바꾸는 작업과 있지도 않은 일을 꾸미는 것에는 단순히 디지털 작업이라는 공통점 외에 질적 도덕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DPChallenge.com

소개글에 의하면 DPChallenge는 Drew Ungvarsky와 Langdon Oliver라는 두 친구가 2002년 1월에 만들었고 그들과 몇몇 친구들이 서로의 사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주 도전 과제를 주는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현재 89,634명의 사용자가 170,334개의 사진을 808개의 과제에 제출했고 240,465개의 사진이 3,437개의 포트폴리오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DPChallenge를 들어가보면 세가지 특정 과제에 제출되어 1,2,3등으로 선정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밑에는 지금 접수를 받는 몇가지 과제가 보입니다. 각 과제마다 사진 편집 규칙이 명시되어 있는데 DPChallenge에서 사용하는 사진 편집 규칙은 총 4가지가 있습니다. 두가지는 아직 확정 된 것 같지 않고 두가지는 확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중 Basic Editing과 Advanced Editing에서 후처리 관련 부분만 빼서 번역을 해봤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과제들도 다 이 두가지 규칙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기본 편집(Basic Editing)

DPC의 기본 편집 규칙은 이미지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체적 조정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이 규칙들은 작품을 세밀하게 보정하고 노출이나 컨트라스트, 색상 등의 기본적인 불완전 요소를 수정하도록 허용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센서의 먼지나 핫픽셀을 제거하는 단 하나의 예외만 제외하고 부분이나 국소 편집 도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음은 허용된다.
  • 작품 좔영 중에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사용. 카메라에서 여러 이미지를 결합하는 기능은 예외
  • 작품의 크롭, 회전, 크기 변경
  • 이미지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필터나 별도 유틸리티를 사용.  니트 이미지, 언샵 마스크, 먼지 흠집 제거, 색상 보정 도구들이 이에 해당함. 이 필터들은 전체 이미지에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됨. 노이즈와 가우시언 블러 필터를 제외한 어떤 특수 효과 필터도 이미지에 적용해서는 안 됨.
  • 작품의 채도 조절과 색상 변경은 가능하지만 선택적인 적용은 허용되지 않음.
  • 조정 레이어(Adjustment layer)나 그에 준하는 레이어만 사용할 수 있음. 조정 레이어는 특별한 유형의 레이어로 이미지 데이터가 없고 원본 이미지에 영구적인 변형 없이 컬러나 톤을 조종 해볼 수 있게 해 줌.
  • 작품 외곽에 테두리를 추가. 테두리는 뚜렷하고 명백히 테두리라고 인식 되어야 함.
  • RAW 변환 소프트웨어를 이미지를 한 레이어에서 전체적으로 보정하는 동안 사용할 수 있음. 보정하는 동안 새로운 특징이나 효과를 추가해서는 안됨.
다음은 허용되지 않는다.
  • 센서의 먼지나 핫픽셀을 제외한 국소 편집
  • 크롭이나 테두리를 만드는 용도 외에 이미지의 일부를 선하기 위해 marguee, lasso나 유사한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
  • 원본에 원래 없는 새로운 이미지 영역이나 사물, 특징(렌즈 프레어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편집 도구의 사용
  • 편집 중에 그래픽이나 클립 아트, 컴퓨터로 생성한 이미지, 다른 사진의 일부분을 작품이나 테두리에 더하는 행위
  •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든 뒤틀거나 잡아 늘이는 행위
고등 편집(Advanced Editing)

고등 편집 규칙은 선택과 레이어, 부분 편집 도구를 보정과 향상을 위해 사용하도록 허용합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장면의 사진을 10장까지 결합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이미지를 허용하는 목적은 HDR 기술(역자: high dynamic range의 약자로 한 이미지에 아주 밝은 부분부터 아주 어두운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되도록 하는 기술)이나 노이즈 감소, DOF(역자: Depth of Field, 심도)증가 등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한 장면의 피사체를 다른 장면에 삽입한다거나 한 피사체를 한 장면의 여러 곳에 나타나게 하려는 의로 사용하는 것은 불허합니다. 후처리 과정에서 새로은 특징을 만들거나 원본의 중요한 부분을 가린다거나 해서는 안됩니다.

다음이 요구된다.
  • 단일 장면을 찍은 하나에서 열장까지의 사진에서 작품을 만든다. 장면이란 구성이나 프레임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정의한다.
다음은 허용된다.
  • 허용된 숫자의 사진을 카메라나 후처리 과정에서 결합
  • 카메라의 특수 기능을 사용. 사진을 찍은 후에 적용하는 카메라의 기능은 일반적인 편집 규칙을 따른다.
  • 작품의 크롭, 회전, 크기 변경
  • 우연히 찍힌 전선, 먼지 흔적,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타 유사한 중요하지 않은 결점의 제거
  • 필터, 특수 효과, 닷지, 태우기, 기타 편집 도구를 작품의 전체 또는 일부에 사용. 단 이 작업 중에 새로운 형태나 특징을 만들어 넣어서는 안된다.
  • 작품 전체이나 그 안에 포함된 사물의 채도나 색상을 변경
  • 레이어, 레이어 마스크, 대체 레이어 모드의 사용
  • 작품의 외곽에 테두리를 추가. 테두리는 뚜렷하고 명백히 테두리라고 인식 되어야 함.
  • RAW 변환 S/W의 사용
  • 원근, 렌즈 왜곡, 약간 어긋난 수평을 수정하기 위한 S/W 사용
다음은 허용되지 않는다.
  • 다른 장면의 사진들을 합성, 프레임들 사이의 특징을 이동하거나 변경, 새로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진을 합성
  • 감상자의 사진에 대한 대표적인 묘사에 영향을 줄, 임의의 사진 구성 요소를 옮기거나 삭제하거나 복사하는 어떤 (크롭과 색상을 제외한) 편집 도구의 사용. 심지어 그 도구가 허용된 것이고 처음 촬영할 당시부터 의도된 변경이라고 하더라도
  • 원본에 원래 없는 새로운 이미지 영역이나 사물, 특징(렌즈 프레어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편집 도구의 사용
  • 편집 중에 그래픽이나 클립 아트, 컴퓨터로 생성한 이미지, 다른 사진의 일부분을 작품이나 테두리에 더하는 행위(위에 허용된 다중 사진 결합은 제외
  • 새로운 효과를 부여하거나 사물을 극단적으로 바꾸는 변형

by 박성철 | 2008/02/04 15:05 | 사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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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narch at 2008/02/04 21:44
너무 어려워서 읽다가 포기했어요.. T_T

Commented by 랜디 at 2008/02/04 22:17
제 경우는 명암의 조절 말고는 특별히 보정하는게 많지 않지만,

남의 사진을 볼 때는 극단적인 합성까지도 사진으로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저는, '못할게 없다'라는 입장이군요.
Commented by 박성철 at 2008/02/05 00:55
anarch// 별로 어려운거 아닌데...;;;
랜디님//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결론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사진은 사실과 관련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이미징이기만 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요.
Commented by 랜디 at 2008/02/05 02:49
寫眞이라고 쓰면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되겠지만,

Photography라고 쓰면 그저 '빛으로 그린 그림'이 되고,

이보다 더 흔히 쓰이는 'Picture'가 되면 그냥 말 그대로 '그림'입니다.
Commented by 박성철 at 2008/02/05 11:20
렌디님//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은 광학 장치인 사진기를 사용해서 사진을 만들었다는 뜻이고 이런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기계적인 특징 때문에 사진을 '사실적'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이라는 단어는 개념일뿐 구체적인 미술에서의 '그림'과 사진에서의 '그림'은 같은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미술에서 그림이 이러하니 사진의 그림도 동일하게 이러하다고 말한다면 일반화 문제가 될 듯 합니다.
Commented by 랜디 at 2008/02/06 13:05
저는 스트레이트 사진조차도 이미지의 일환으로 봅니다.
유진 스미스의 경우는 네거티브는 그냥 촬영한 소스의 개념이었을 뿐,
촬영한 네거티브를 이용해 극단적인 블리칭과 거의 모든 명암의 터치,
때로는 몇 장을 합성한 다큐멘터리 에세이를 흔히 만들곤 했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 같을 수 '없다'라고 단정지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촬영하고 그 뒤의 일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주의라면 개입하지 않는다고 할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의 사진가가 촬영에서부터 결과물까지 개입합니다.
Commented by 랜디 at 2008/02/06 13:13
제 의견에 동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남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죠.
다만 어느 분야이건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주관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합성과 보정을 이용한 사진은 특별히 디지털 시대에 와서 생긴 것도 아니고,
거의 사진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미술에 뿌리를 둔 회화주의 사진과 자연주의 사진은 서로 마주보면서
150년간 함께 이어져 왔습니다. 특별히 어느 쪽이 못하다거나 문제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박성철 at 2008/02/07 12:47
랜디님// 계속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같지 않다고 한 것은 전혀 다르다는 뜻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공통된 것도 있지만 구체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비록 동일한 단어도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는 의미입니다. 회화주의와 자연주의의 19세기 논쟁을 다시 할 생각은 아니지만 둘이 150년간 지금까지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보는 관점이 두가지만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알구요. 그리고 후처리가 디지털 시대에만 있는 문제가 아닌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디지털과 연결해서 제가 문제로 삼은 이유는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확연한 양적 차이는 질적 차이라고 하기에 그냥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제가 번역한 이 기준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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